|
모두가 알다시피 요즘 우리 가족의 관심사는 산청으로의 귀촌이다.
올해 초에 결정을 하고 차근차근히 준비하고 있는 형편이다.
삶의 큰 방향을 늘 가슴속에 묻어지내다 이제야 우리가 살고 싶은 방법대로 살아보려는 것이다.
재미있을 것이다 라는 것이 지금의 낭만일런지 나의 삶의 끝자락 어디에서라도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선택한 길이며 삶이기에 변치않은 성원을 스스로 보낼 것이다.
처음 귀촌을 결정할 때의 막막하고 설레고 두려웠던 마음이 갈수록 확신과 자신으로 그리고 서서히 가슴을 채우는듯한 용기로 부풀어 오른다.
구체적인 삶의 고민을 하기 시작하면서 생활의 가장 기초적인 식의주가 이제는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먼저 먹는 것은 가능하면 자급자족적인 방식을 택할 것이다. 스스로 생산하지 않더라도 어쩔 수 없이 취해야 하는 것은 할 수 없으나 주변에서 쉽게 구하지 못하는 것은 가능하면 먹지 않도록 할 것이다.
그러므로 즐거운 노동이 어우러지는 농사를 할 것이다. 당연히 돈되는 작물이나 무리한 대량생산 등의 방식은 피할 것이다.
그리고 이제 집이다.
귀촌을 결심하고 집을 생각하며 나는 스스로 짓는 집을 꿈꾸었다.
그래서 흙집 짓는 책 등을 사서 보고 읽으며 혼자서 상상의 나래를 펴기도 했다.
그러던 중 스트로베일(짚단) 건축을 알게 되었고 올 여름 제일 더운 한 주 동안 교육을 받았다. 몸도 마음도 힘들었다. 몸이 힘든 것은 그 동안 체조 한 번 하지도 않고 움직이지도 않던 근육들과 힘을 용쓰니 아플 수 밖에. 또한 마음이 힘든 것은 그동안 집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던 온갖 허황된 관념들이 낱낱이 깨어지는 경험을 하였다.
처음에 집 지을 것을 생각할 때는 단순히 '내가 짓는다'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었다.
오만함과 방자함과 분수를 모르는 짓을 한 것임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몸도 마음도 하나도 준비 하지 않고 머리속에만 잔머리만 굴린 꼴이지 않나.
교육을 갔다오고 몇 일간은 깊은 고민에 빠지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전에 사 두고 읽어왔던 이 책을 다시 손에 들었다. 그리고는 어느 한 구절에 가서 느낌이 왔다.
그것이 바로 '마음으로 짓는 집'이라는 글귀를 보며 뭔가 모를 힘이 솟았다.
아니 좀 더 깊게 얘기하자면 마음이 평안해졌다. 머리로 짓는 집이 아니라 마음으로 짓는 집이라니.
확실하게 잡히는 것은 없지만 뭔가 가질 수 있었던 느낌으로, 요즘은 다른 사람들 집 짓는 곳에 가서 일도 도와드리고 일을 어깨너머로 배우고 묻고 손에 익히고 있다.
앞으로 우리의 집이 어떤 형태로 지어질 지 나도 아직은 모를 일이다.
단지 내 마음이 준비를 하고 있다. 애쓰고 있다.
집짓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을 짓고 있다.
모든 것이 다 그러하리라는 생각도 든다.
밥 짓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의 밥을 짓는 것이요. 농사를 짓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의 밭을 짓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런 생각의 끝에 이르다 보면 우리가 어떻게 자연적이지 않을 수 있으며 생명적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순리대로의 삶이 연속될 수 있는 집짓기를 내년 봄부터 우리집은 시작할 것이다.
그 시작이 하나님을 경외함의 또 다른 시작이기를 바라며
---------------------------------------
Posted at 2006-11-20 Mon 23:3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