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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사람답게, 동물은 동물답게 사는 세상
 택배팀장  | 2014·08·12 19:34


우희종 |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새봄이 찾아오기도 전에 전국을 휩쓸었던 조류독감 사태.
올해 나눔문화 첫 포럼에서는 과학과 인문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과학자 우희종 교수와 함께 전지구적 질병문제를 다루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삶과 죽음, 욕망과 성찰, 생명위기와 자본주의 문제까지 폭넓게 다루며 전지구적 생명존엄의 시대를 꿈꾸었던 시간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대량매몰이 일상화된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천만 마리 이상 매몰되었죠. 인플루엔자는 사람뿐만 아니라 돼지, 말, 조류에도 있는 것으로, 사람이 걸리는 독감과 다를 것 없이 똑같습니다. 인플루엔자에는 종간장벽이 있어서 사람은 사람에게, 돼지는 돼지에게 전염됩니다. 그런데 간혹 경계를 넘나들기도 합니다. 이번에 유행한 인플루엔자 H5N8가 그렇습니다.

H와 N은 바이러스가 사람이나 조류의 세포에 침투할 때 쓰는 표면에 있는 단백질을 의미합니다. H라는 단백질, N이라는 단백질이 있고, 그 구성에 따라 이름이 붙여집니다. 종간장벽이 있는 바이러스는 언제 섞이게 될까요? 하나의 세포에 다른 종류의 바이러스가 동시에 들어오면 자신의 것들을 조금씩 교환합니다. 그러면 다른 종류의 유전자를 조금씩 포함한 새로운 바이러스가 되죠.

이번에 문제가 됐던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고창의 철새들에 의해 옮겨졌다고 발표됐지만, 유전자형을 보면 세 가지의 바이러스가 섞여 있었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가 공식적 보건기구(OIE)에 보고하기로는 발생원인이 불명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국내 인플루엔자 유전자들이 섞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부가 거짓말한 것보다 도대체 이런 새로운 병원성을 가진 인플루엔자가 어떻게 나오게 되었는가가 더 중요하겠죠.”








ⓒ www.naturei.net 2014-07-30 [ ]



밀집사육이 불러온 질병
“가장 큰 원인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동물을 대량으로 사육하는 공장사육입니다. 공장식 밀집사육과 대량살처분은 동전의 양면입니다. 미국은 대부분의 농장이 공장식 사육을 취하고 있고, 동물들은 사육장에서 평생 자라며 무언가를 생산합니다.
이런 사육환경을 CAFO(Concentrated Animal Feeding Operation)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도 한 농장에서 5만 마리의 닭을 키우다가 다 매몰시키는 상황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매장했을 때 다른 종의 인플루엔자 유전자가 교환됐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매몰할 때는 국제적 기준법에 따라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워낙 대규모이니까 지키지 못했고, 그것이 다시 원인이 되어 새로운 변종이 나타날 가능성은 상존합니다.
구제역 때는 개체가 크다 보니 더 심했지요. 모니터링을 해야 하는데 접근이 쉽지 않습니다. EU에서는 분리되어 있는 방역과 그 평가의 역할이 우리나라에서는 농수산부 한 곳에서 이루어집니다. 선수와 심판 역할을 동시에 하는 것이죠. 정보도 잘 공개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병원균이 나왔을 때 의료체제는 어떨까요?
유전자를 교환하는 바이러스는 매우 빨리 변합니다. 백신도 그에 따라 변해야 하는 것이죠. 절망적이지 않은 것은 유전자를 변형하는 인플루엔자에 대한 기억이 우리 몸에 담겨 있다는 것입니다. 조류 인플루엔자 같은 것들은 유전자를 교환하면서 유행을 만들 수는 있지만 의료체제가 안정되어 있고 그런 유행에 대한 기억을 몸이 담고 있기 때문에 우려할 질병은 아니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공장식 사육은 동물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유지하는 전체적인 체제, 시스템의 문제입니다. 사육과정에서는 엄청난 항생제와 성장호르몬을 사용하는데, 그 폐기물은 땅과 물, 주변 식생에 영향을 끼칩니다. 주변의 생물다양성과 유전적 다양성이 없어지거나 특정 종을 사라지게 하기도 합니다.

직접적 영향을 받는 것은 거기서 일하시는 분들입니다. 많은 질병에 시달리게 되죠. 공장식 환경은 새로운 질병을 쉽게 퍼뜨리고, 새로운 병원체를 등장시킵니다. 공장식 사육은 그대로 놔두면서 병이 생길 때 대량 살처분만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방법인지 알 수 있을 겁니다.








ⓒ www.naturei.net 2014-07-30 [ ]



사실, 조류 인플루엔자 사태는 발생이 어디서 됐고 병원균이 어디서 왔느냐보다 ‘유행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람도 독감에 걸리지만 유행할 때 문제가 되지 발생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국제적인 인수공통전염병은 사람들이 많이 밀집한 대도시에서 발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구 증가로 종간 접촉이 증대됐기 때문입니다. 공장식 축산 환경은 우리나라와 같은 좁은 땅덩어리에서는 더 밀접하게 질병이 유행할 환경과 맞닿아 있습니다. 밀집된 사육환경에서는 병원균이 더 빨리 퍼지겠죠.
국제적 교역이 많이 늘어나 질병이 쉽게 퍼져나갈 수 있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신종플루도 중남미에서 유행하다가 일주일만에 한국에 왔었죠. 미국의 일반 식품점에서도 절반에 가까운 육류가 오염되어 있고, 그 반이 항생제 내성균이었다는 공식 보고가 있습니다. 이런 것을 우리가 소비하게 됩니다. 서로 다른 바이러스가 만나는 건 어렵지 않죠.

우리 사회가 고령화 사회인 것도 이유가 됩니다. 요즘 암으로 돌아가시는 분이 많은데 왜 많아졌을까요?
우리가 오래 살아서, 고령화되어서 그렇습니다. 면역학적 관점에서 보면 10대후반과 20대 초부터 노화가 시작되면서 면역을 담당하는 기구들이 위축되기 시작합니다. 평균수명이 3~40 되는 집단에서는 암으로 죽는 숫자가 많지 않아요. 암뿐만 아니라 많은 질병이 집단 내에 저항력이 떨어져 있을 때 등장하기 쉽습니다.

항생제 내성균은 중환자실에 제일 많습니다.한국에서처럼 보기 좋고 깨끗한 제품만을 원하는 사람이 많다 보면 축산업에서도 제품에 흠이 없게 하기 위해 항생제를 많이 쓰게 됩니다. 축산에서 쓰는 항생제는 사람에게 쓰는 것과 종류가 조금 다르지만, 두 항생제에서 생긴 내성균이 서로 유전자를 교환해 완전히 새로운 것이 나오기도 합니다. 신종 질병의 등장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고, 새로 나타나는 질병의 75%가 인수공통 전염병입니다.”

생명과 생태계를 바라보는 관점
“이번 조류독감과 그에 이은 대량매몰 사건은 우리가 생명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욕망의 만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신자유주의는 1970년대 이후 주요 강대국들의 재정적자를 마무리하기 위해 등장한 이야기입니다. 영국의 대처수상이 당시 영국사회의 재정을 신자유주의적 접근으로 살린 것은 분명하고요. 공공복지나 사회보장제도를 통해서 적자였던 나라들은 대부분 이것을 나라에서 책임지느니 민영화를 하자, 자유경쟁을 시켜서 풀어가야 한다,규제도 완화하고, 민영화하고 소위 자유시장을 하자 이야기하면서 생산성을 위한 무한경쟁을 내걸었습니다. 또 경쟁력을 위해 노동시장을 유연화했죠. 신자유주의가 추구하는 무한경쟁을 위한 대량생산, 이를 뒷받침하는 것은 대량소비입니다.
우리의 욕망을 숨어서 철저하게 자극하는 것이기도 한데요, 오늘의 이야기와 맞물려서 생각해본다면 이러한 조건 때문에 과학기술이 신자유주의의 좋은 수단이 되어 등장하게 됩니다.

대량매몰사태를 또다른 과학으로 극복할 수 있을까요.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지금은 과학 문명의 시대다 보니까 ‘비과학적’이라는 말은 황당한, 비논리적인, 말도 안 되는 소리와 같은 뜻이죠. 그러나 과학은 끊임없이 발전합니다. 이 둘은 모순되는 이야기입니다. 과학이 계속 발전한다는 것은 앞으로 설명될 것들이 많다는 것이고 지금 비과학적이라고 생각되는 것도 타당하고 합리적일 수 있다는 것이죠.

합리적인 것과 과학적인 것은 조금 다릅니다. 과학적인 것은 합리적인 생각입니다. 그러나 합리적인 것이 다 과학적이지는 않습니다. 원시사회에 과학이라는 학문은 없었지만 합리적으로 생각했기에 여러분이나 저나 여기 있는 겁니다. 과학자에게 훈련이 필요한 것은 과학이 합리적 사고 속의 특정 체제를 익힌 것이기 때문입니다. 과학적인 것이 반드시 합리적인 것인가라는 질문을 염두에 뒀을 때, 우리 사회는 이성이 독재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이성은 과학을 만들어내고 언어, 개념, 지식을 만듭니다. 그러나 우리의 삶이 이성만으로 이루어지지는 않죠. 감성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분야가 예술일 것이고, 이성과 감성으로 삶이 균형을 잡습니다. 우리가 다른 생명을 바라보는 관점은 이성에 한정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성도 감성도 내가 두 발을 딛고 살고 있는 이 세상을 이해하는데 지극히 한정된 세계입니다.
동물들은 내가 보지 못하는 세상을 보고 듣지 못하는 주파수의 소리를 듣습니다. 과학문명 및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성의 독재로부터 감성을 회복하는 것은 참 소중하지만, 이왕이면 이성과 감성의 좁은 세계를 뛰어넘을 초월성의 영역도 인정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초월성의 시각으로 봤을 때 보다 넓은 시각에서 생명과 생태계를 바라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 www.naturei.net 2014-07-30 [ ]



사람은 사람답게, 동물은 동물답게
“동물과 사람의 차이는 뭘까요?
영장류도 자의식과 나름대로의 자유의지를 가집니다. 침팬지도 얼굴에 묻은 것을 뗍니다. 뗀다는 건 나라는 자의식이 있고
타자에 대한 인식이 있으며, 그건 관계를 이해한다는 뜻입니다.

인간은 채워지지 않는 욕망을 가진 것 같습니다. 작년에 세렝게티에 다녀왔는데 배고픈 사자가 나타나면 초식동물 집단이 긴장하는 게 보입니다. 하지만 사냥해서 먹고 있으면 사자가 옆에 있어도 편안하게 왔다갔다 합니다. 저 사자가 또 사냥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 다음은 성찰인 것 같습니다. 내 존재의 의미, 내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성찰을 하는 동물은 아직 본 적이 없습니다. 세 번째는 자신의 일상에 대한 감사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강아지들도 먹을 것을 주면 고마워합니다. 그러나 먹는 것과 대상에 대한 것이지 자신의 존재와 일상의 삶에 대한 감사로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성찰과 일상에 대한 감사가 함께 할 때, 인간의 무한한 욕망은 지치지 않는 힘이 되는 것 같아요.

동물은 그냥 자연스러움입니다. 그런데 사람에게는 선과 악이 개입되죠. 아마 동물이 인간을 본다면 왜 저렇게 다양성을 다양성으로 보지 않고 차별로 보면서 선악과를 따먹고 시끄럽게 살고 있을까 생각하지 않을까요. 인지가 발전하면 여러 지식이 많이 생겨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삶을 굉장히 번거롭게 하는 것 같습니다. 옛날에 서울에서 부산에 가려면 나귀 타고 일주일을 가야했을 겁니다. KTX가 생겨서 반나절만에 다녀올 수 있지만, 6일은 마찬가지로 바쁩니다. 생산성은 높아졌을지 모르지만, 동물의 관점에서는 왜 저렇게 사나 싶을 것 같습니다. 동물과 자연에는 널널하고 자연스러운 흐름이 있는데 인간들은 그 흐름을 빠르고 분주하게 만들고 생명의 흐름을 거부하려 합니다. 생태계의 욕망은 열려있는데, 인간의 욕망은 나라는 존재에 갇혀 있습니다. 아름다움이 생의 욕망이듯, 무한한 욕망이 열릴 때 아름다운 생태계가 되고 다양한 욕망체의 힘이 됩니다. 그 속에서 사람은 사람답게, 동물은 동물답게 살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보다 아름답고 조화롭게 살기 위하여
“생명집착과 생명존중은 다릅니다. 오래 살고자 하는 것은 생명집착입니다. 잘 들여다보면 우리 생명에 대한 집착을 부추기면서 자본을 추구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화장품, 의약품에도 동물성분이 많이 들어갑니다. 줄기세포나 이종 동물장기를 개발해서 오래 사는 꿈을 실현하고자 하기도 하죠. 젊게 오래 살고 싶어하는 것을 비난할 수는 없어요. 다만, 장기개발에 투자되는 돈의 10%만 떼어 지구 저편에 준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종동물 장기개발에 수백억 달러 투자해서 개발하면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데 그 가격으로 살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때로는 첨단과학을 조심해야 합니다. 그 이면이 자본주의와 맞닿아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포장을 생명으로 할 뿐이죠.

우리가 병 없이 건강하게 살려고 하는 것부터 다시 생각해야 합니다. 모든 생명체는 생로병사를 거칩니다. 죽음 또한 생명체의 한 과정이죠. 내가 존재하려면 부모가 있어야 하고, 그들의 생(生)과 사(死) 없이 우리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생명에 대한 집착은 비생태적인 관점이 아닐까 합니다. 생명과 생태계를 생각한다면 죽음을 같이 생각해야 합니다. 어떡하면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할까를 생각해야 합니다. 아름다운 삶이 있을 때 아름다운 죽음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죽음이 두렵다면 줄기세포 개발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내 지금의 삶이 얼마나 당당하고 주체적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대량축산과 집단매몰의 문제는 우리 삶의 문제입니다. 대량매몰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백신을 만들어 예방하는 것 이전의 문제를 보아야 합니다. 값싸고 보기 좋은 고기를 찾는 우리들이 있는 한 대량매몰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아무리 과학이 발달해도 새로운 질병의 유행은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대량매몰의 범인은 우리들입니다. 생산자는 소비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되어 있습니다.








ⓒ www.naturei.net 2014-07-30 [ ]



마지막으로 어차피 도축될 것 매몰되는 게 뭐가 문제냐, 묻는 분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자기 음력나이만큼 돌아가면 수정란이 됩니다. 이제껏 살아오는 동안 무엇이 필요했나요? 음식이죠. 음식은 죽은 동식물의 시체입니다. 내가 살아있다는 것은 그만큼 무수히 많은 동식물의 시체를 먹었다는 것, 나를 위해서 죽은 생명체가 있다는 겁니다. 그런 고통에 대한 인식 없이 건강한 축산이나 생태적인 시각이 가능하겠습니까.

모든 존재는 다른 존재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죽음은 다른 생명의 존재에 기여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우리 또한 타자를 위해 뭔가를 해야 합니다. 가축이 인간의 탐욕 때문에 다른 존재의 힘이 되지 못하고 단순히 흙으로 가는 무의미한 삶의 모습이 또한 대량매몰에 있는 겁니다.

소비가 되건, 소비를 하건 서로가 관계 속에서 고통을 느끼는 존재라는 것을 알 때, 동물의 사육환경을 존중할 수 있겠죠. 물론 절충점이 필요할 것이고요. 다양한 사회적 관계와 다양한 입장에서 구성원들을 어떻게 존중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지금과 같은 질병의 발생상황은 감소할 거라고 봅니다. 우리는 함께 고통받는 존재이기에 동물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을 마지막으로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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