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정월대보름이었다.
매년 그랬듯이 마을 주민들이 달집을 만들고 준비하여 6시즈음 불을 붙였다고 한다. 우리는 닭알 택배 일을 마치고 들어가니 이미 잔불만 남았다. 안타깝게도 달집 타는 광경을 놓쳤다. 안나 왈 "오늘 택배 일로 돌아다니면서 딴동네 만들어 놓은 달집 구경한 것은 많은데 정작 불댕기는 것은 하나도 못봤네..."
마을회관인 어울림에서 큰 양푼이에 각자 가지고 온 나물에 밥을 비벼서 마을 주민이 나누어 먹었다. 절로 식욕이 돋아서 많이 먹었다.
시골살이 9년차에 이르면서 정월대보름은 시골에서 큰 일 중에 하나다. 정작 농사가 시작되는 시점이기도 하고 한 해의 시작이 이 날이다.
저마다의 한 해 소원도 빌고, 빌고 또 빌어본다.
바램이기도 하거니와 다짐이기도 할 것이다.
복된 나날들 말이다.
2. 병아리
2월초에 들어온 70일령 병아리가 100일령이 지나면서 제법 커져서 날개짓도 제대로 하고 수닭은 홰를 치려는지 잘 안나오는 목소리를 조율한다. 이 병아리들이 130일 전후가 되면 알을 낳을 것이고 그로부터 보름정도가 지나면 나이가 들은 닭들은 정리를 해야 한다. 알로 보답을 하고 나중엔 몸까지 바치는 희생(?)이다. 미안코 고맙다.
3. 도로
마을 입구에 큰 양계장이 있다. 35만마리의 닭을 철망에 층층히 쌓아서 알을 생산하는 공장식 무정란 닭장이다. 거기서부터 마을까지는 차들이 교행이 불가능한 농로(콘크리트 포장)이다. 여기서 산 넘어 있는 수얼이라는 동네와 연결하는 길을 낼 계획이다. 면사무소에서 주민들 동의서가 필요하다고 한다. 주민들의 의견은 반대이다. 우선은 자연을 훼손할 뿐더러 번잡스러워 지는 것이 싫은 것이다. 보통은 길이 난다고 하면 땅값이 올라서 좋다느니 교통이 좋아져서 좋다느니 등으로 쌍수로 환영할 진 몰라도 우리 마을은 다르다. 사실 우리가 반대한다고 관에서 하는 일이 진도가 안나가지는 않을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지 길은 날 것이다. 하지만 극단적으로까지 반대운동을 하지는 못할 지라도 반대의 의사를 피력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런 일들 속에서 항상 생각의 어려움은 있다.
지켜야 할 삶의 가치와 원칙은 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는 것...
